한국교회에서 읽는 바울

2022. 10. 14. 15:57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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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해석할 수 있는 방법에는 저자 중심적 이해, 본문 중심적 이해, 독자 중심적
이해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저자 중심적 이해도 네 가지로 나뉘는데, 그중 첫 번째는 저자
의 의도를 발견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방식이다. 저자의 본래적 의도를 발견하기 위해, 저자
를 이해하고, 저자가 글을 쓸 때의 심리, 사회, 경제, 종교, 문화, 역사적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고,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글을 이해할 때, 본문은 “역사적 증거”가 된
다. 글에 사용된 단어들이 저자가 본문을 기록할 당시의 모습에 대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법은 저자가 글 속에 숨겨 놓은 의도를 찾는 보물 찾기이다. 저자는 독자들
이 깨닫기 원하는 의미를 글 속에 숨겨 두었다. 따라서 독자는 적절한 도구를 사용하여 본문
을 해석하고 그 숨겨진 의미를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이 때 본문은 보물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독자가 읽는 것은 본문이지만, 본문 그 자체는 보물이 아니라, 보물로 향하는 길을 알려
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감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 저자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위치에서 메
시지를 보내고, 독자는 수동적인 위치에서 그 메시지를 받게 된다.
세 번째 방법은 자신의 감정이나 선입견을 철저히 배제하고 본문을 해석하는 객관적
해석의 방법이다. 본문의 의미를 왜곡 시키지 않기 위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을 사용하
는 것이 바로 객관적 해석이다. 이때에도 역시 작품이 저술될 당시의 여러 환경적 요소에 대
한 이해가 필요하다. 객관적 해석을 위해서는 객관성과 보편타당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신약
성경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본문 형성에 영향을 준 역사적 환경을 연구한 결과로 형성된 해석
방법을 ‘역사 비평’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자료 비평, 전승 비평, 양식 비평, 편집 비평, 그리고
사회과학적 비평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저자 중심적 이해의 마지막 방법으로는 본문 뒤에 숨어있는 역사적 상황과 배경을
중점을 두고 보는 “Behind the text”의 방법이 있다. 본문을 창문 삼아, 창문 너머에 있는 세
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울 서신을 통해서는 지중해 연안의 헬라 문화속 교
회와 교인들의 삶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독자들은 본문을 통해 당시의 역사적 정황들
과 저자가 원래 의도하고자 했던 것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본문을 창에 빗대어 표현 할
수 있다.
두 번째 본문 중심적 이해도 여러가지로 나뉜다. 그 첫 번째는 본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읽는 방법이다. 신비평 학자들은 저자가 작품을 쓸 때의 상황 등을 고려해서 의미를 파
악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평가 절하 하며 본문 자체를 깊이 읽어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이렇게 주장했던 이유는, 본문에 직접적으로 쓰여 있지 않은 경우, 본래적 의도는 저자만
이 알기에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고, 둘째로 저자의 의도가 본문에서 그 의도대로 의미 전달
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본문이 이미 저자의 손을 떠난 상황에서는 저자의 본
의도보다는 본문이 가진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비평 학자들은 독자들이 해석할 때 두 가지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첫째
는 저자의 의도가 본문의 의미와 같다고 믿는 의도적 오류이다. 저자의 의도를 아는 것과 본문
자체의 이해가 연관이 없으며, 저자의 원래 의도가 본문의 참 의미라는 것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오류는 독자가 글을 읽는 중에 독자의 감정과 생각이 본문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오류이다. 이는 독자가 글을 읽으며 자신의 경험을 회상하게 되고, 그 속에서
일어난 감정이 본문과 동일시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신비평학자들은 위 오류들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본문 자체를 깊이 있고 자세하게
읽고 살피는 자세히 읽기 의 방법을 권유한다 이 방법은 본문에 나와 있는 형식적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본문에 숨어있는 의미를 유추해 내는 과정이다. 이 방법을
통해 학자들이 본문의 배경보다 본문의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함을 볼 수 있다. 이 방법
에는 문학비평, 수사비평, 서사 비평, 구조구의 비평 등이 속한다. 이러한 “본문으로 돌아가라”
는 학자들의 메시지는 전통적 연구방법에 중요한 도전을 던진 공헌이었다.
본문 중심적 이해가 저자 중심적 이해와 많이 다른 방식인 것처럼 보이지만, 둘 사이
에는 네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본문의 진정한 의미는 본문 안에 있다는 것이다. 비록
저자 중심적 이해에는 본문 안에 묻힌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고, 본문 중심적 이해는 본문의
요소를 조합하여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지만, 의미가 본문 안에 있다는 것은 공통된 이해이다.
둘째는, 해석이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의 감정이나 생각이 통제되고, 객관성과 타
당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는, 객관적 해석을 통해 본문의 의미를 찾았을 때, 그것은 독자
의 형편과 환경에 상관없이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 중심적 이해에서 저자의 본래적 의
미가 누구에게나 가치있는것과 같이, 본문 중심적 이해에서 자세히 읽기를 통해 얻은 의미도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두 해석 모두 본문을 위한 최고의 해
석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다른 사람의 연구를 끊임없이 반박하
고 비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저자 중심적 이해가 본문을 Behind the Text의 방법으로 보았다면, 본문 중심적 이
해는 본문을 In the Text의 방법으로 본다. 마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듯이, 그 자체를 중요하
게 보는 것이다. 본문의 내용과 요소들을 중요하게 보는 동시에, 본문 전체를 보며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석 방법의 마지막 방법은 독자 중심적 이해이다. 독자 중심적 이해는 신비평이 저
자 중심적 이해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듯이, 본문 중심적 해석 속에서 소외되었던 독자의 중심
으로 이루어지는 해석 방법이다. 이 방법에서는 독자가 있기에 본문을 읽는 행위가 형성되
고, 의미가 해석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특히 독자가 어떻게 읽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통해 본문의 유동성을 강조한다. 영어를 해석 할 때와 마찬가지로, 독자가 어느 단
어를 중점적으로 보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볼프강 이서는 독서의 과정 중 독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학자인데, 그는 저자 중심적
이해의 보물찾기 방식과는 다르게, 독서를 본문과 독자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으로 보았
다. 독자가 글을 읽는 과정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고, 자신들의 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것을 채워 나가며 본문의 새로운 의미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
만 온전히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고, 본문의 인도를 잘 받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서와 반대로, 데이빗 블라이크는 본문의 참 의미는 독자의 본문에 대한 ‘주관적인
반응’이라고 주장한다. 독서를 통한 자극을 받은 독자가 그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 본문의 의
미가 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앞서 나온 것처럼, 독자가 주체가 된 독서 안에서 본문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본문의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안의 성경해석 중에는 독자반
응비평, 해방신학, 여성신학, 민중신학, 흑인신학과 같은 이데올로기적 비평이 포함되어 있다.
독자 중심적 이해는 본문을 In front of the Text 의 방법으로 이해한다. 본문을 앞
에 두고 읽는 독자를 중요시 한다는 의미이다. 독자가 본문을 통해 자신을 비춰보고, 독서를
통해 의문점의 해답을 찾고,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
이 있지만 자신이 선택한 방법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 방법을 통해 성경을 읽는 사람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에서 읽는 바울 속에 글을 해석하는 방법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본문 중
심 해석 방법 중에서도 정말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본문으로 돌아가라”방식에 매여 있었음
을 깨달았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내가 마음대로, 읽은 대로 해석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모태신앙인 나는 교회를 여러 군데 다녀보기도 했고, 그래서
똑같은 본문으로 설교하시지만 목사님들마다 다른 의미와 해석을 가지고 계셨다. 그래서 본문
에 대한 혼란이 왔고,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다른 설교를 하시는 말씀을 듣게 되면,
혹은 평신도들 사이에서 성경에 대한 해석을 내어놓을 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다른 이
야기를 듣게 되면 의문을 품게 되었다. 특히 문자적으로 성경을 읽었을 때 알 수 없었던 내용
을 듣게 될 때 가장 혼란스러웠다. 이러한 경험들이 떠오르면서 본문에 매여 있었던 나의 생
각이 잘못 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위에서 신비평학자들이 지적한 오류 중에 글을 읽는 도중에 독자의 감정과 경험 때
문에 본문에 대한 감정이 본문의 의미와 동일시될 수 있다는 오류가 있었는데, 내가 가장 많
이 범하고 있던 오류인 것 같다. 내가 처한 상황과 기분에 따라 말씀을 읽을 때마다 눈에 들
어오는 말씀이 달랐고, 또 말씀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달랐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지만 그 방
법이 잘못 되었다면 성경을 읽는 의미가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독자 중심적 이해에 대해 읽을 때에는 내가 말씀을 읽었던 방식이 오류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신비평학자들이 이야기 했듯이, 성경에서 저자의 본래 의도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나의 감정과 경험, 상상력을 통해 그 갭을 채워 나가고, 그것을 통해 본
문과 소통하면서 그 나름의 의미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성경의 복음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법
대로라면 나의 느낀 대로 묵상하는 것 또한 또 한 가지의 본문 해석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
각했다.
수업시간에 욥기서의 말씀을 다루었던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수업시
간에 그 내용을 들었을 때는 고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대로 된 내용을 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어떻게 생
각해보면, 제대로 된 내용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씀을 통해 오는 은혜도 중요하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성경에서 불이라는 글자를 찾으셨던 목사님께서 보셨던 말씀들도 그 불
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물리적인 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말씀들과
불이라는 단어를 통해, 목사님은 은혜를 받으셨고, 또 추위가 가시는 기적도 경험하셨다. 이러
한 목사님의 경험담을 볼 때 본문의 문자적 의미를 너무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해석 방법이 3가지로 나누어져 있지만, 이 세 가지 속에서도 각 사람마다
해석하는 방법이 다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르기에 독자 중심적 이해가 각자 받은 은혜
를 인정하는 가장 좋은 해석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앙의 깊이에 따라 성경을 해석하
는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목회자는 본문을 제대로 보고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내용을 전달함에 있어 목회자 본인의 감정이나 경험이 아예 배제될 수는 없겠지만, 깊은 묵상
과 기도를 통해 말씀의 바른 해석을 가지고 성도들의 신앙의 가이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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