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5. 10:42ㆍSTUDY
읽으면서 참 많이 눈물이 나는 책이었다. 또 참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비행청소년들을 볼 때 문제를 일으키는 외적인 모습만
보고 부 정적으로 판단해버리던 나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 다. 책 속에서 만났던 천종호 판사님과 청소년 보호센터의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독교 사가 가져야 할 마음이 바로 이런 마음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았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저술하신 천종호 판사님께서는 각 이야기들을
나름 분류해 놓으셨지만, 모든 이야기에서 공통적인 모습을 발견했던 나는 그냥
이 책을 4부로 이루어진 책으로 보기보다는 42개쯤 되는 판사님과 아이들의
만남 이야기들로 보게 되었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주로 절도나
폭력을 저질렀다가 소년재판을 받게 되는데, 대 부분 편부모 가정이거나,
부모님으로부터 상처를 가지게 된 아이들이었다. 혹은 가정이 온전하게 보인다면,
학교에서 상처를 받은 이유들을 저마다 하나씩 품고 있었다. 가정 속에서 받아야 하는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이들이 관심과 애정을 원하는 모습으로 탈선의 길을 선택하고,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그 상처로 인해 악순환되는 것 같은
모습을 보면서, 청소년들이 편지를 읽는 내내 법정 내의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게 했던
그 감정 인 안타까움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맴돌았다. 책에 소개된 모든 이야기들을
다 정리하기에 는 많아서 가장 기억에 남고 감동이 있었던 이야기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청소년들이 문제 행동(엄연히 재판정에 설 정도의 수위이기 때문에 범죄라고 부를 수 있지만,
청소년들의 행동을 범죄로만 분류하고 싶지는 않다.) 때문에 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런 청소년들을 대하는 판사님의 모습은 다른 어른들이 쉽게 문제 청소년들을
대하는 모습과는 달랐다. 청소년들을 그저 소년원에만 보내는 것이 답이 아니라,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통 하여 건정하게 육성시키는 데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과거의 사실 관계를 들추기보다,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그의 내면의 문제와 환경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도록 ‘소통’하여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런 재판장님이 가장 앞에 주장하신 것은,
경청(傾聽)과 청청(聽聽)이었 다. 올바른 소통을 위해서는 잘 듣는 것과, 듣고 또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경청과 청청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시면서 판사님은 현수의 이야기를
소개해 주셨다. 절도죄로 소년재판에 서게 된 현수의 처벌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시던 차에
장래희망이 목사와 복음성가 가수라는 것을 알게 되신 판사님은 현수에게 복음성가를
불러보라고 하시지만 현수는 계속 망설이다 일반 가요를 부르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고,
그 말에 꾀를 부린다고 생각한 판사님은 현수에게 가장 무거운 처벌인
10호 처벌(소년원에 2년간 들어가는 것)을 내리신다. 그 때에는 그저 고개를 숙이던
현수가 그날 마지막 재판이 끝날 때 법정에 뛰어들었고, 작은 소동 끝에 복음성가를
부르고자 하는 마음을 판사님께 전달한다. 현수의 진심이 담긴 복음성 가를 듣고 난 후
판사님은 현수에게 덥석 10호 처벌을 내리신 것을 취소하시고 청소년 회복 센터에
보호관찰을 부탁하는 1호 처벌로 변경해주신다. 그 후 현수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센터 생활을 잘 마치고 취직도 하여 직장 생활도 잘하게 된다. 이 사건을 통해 판사님은
즉시 선고가 소년 재판의 원칙으로 되어 있는 것이 적합한 판정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고 아집, 편견, 건성과 같은 마음의 벽은 소년 재판에서
반드시 버 려져야 할 것들이라고 이야기하신다. 듣고,또 듣고, 잘 들어주는 것은
법관뿐만 아니라 청소 년들을 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아가 사람을 대할 때 누구나
가져야 할 기본 마음가짐이다. 청소년들의 마음을 알고, 비행의 이유를 알기 위해 듣고
또 들어주는 유한 방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끔 필요에 의해서는
강한 처벌도 내려져야 한다고도 말씀 하 신다. 대다수의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내 자식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판결을 내려야 하는 입장에서 볼 때는 치기 어린 학생들의 실수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사뭇 충격적인 사건들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식의 이야기만 듣고는 이러저러한 핑계들을 대며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역지사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소년재판 이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을 재판하기 위함도 있으나,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부모들을 일깨우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특히 학교폭력의 경우, 그 구조나 방식이 어른들 세계의 부정적인
모습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더욱 청소년과 부모를 함께 일깨워 주어야 할 이유가 된다.
열한 명의 소년들이 공갈죄로 소년 재판에 서게 되었을 때 그 부모들은 물론 교사와 사건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은 가볍게 처분하고 서둘러 사건을 종결하려고만 하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이때 판사님은 청소년들을 소년 분류심사원에 임시 위탁하고3주 후 재심리를 열겠다는
충격 요법을 사용하셨다. 이 충격 요법으로 가해 학생의 부모들은 자신만의 훈육 방식을
고집하는 것에서 벗어났고, 청소년들은 재 비행을 하지 않았다. 가끔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때문에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도 하는데,
이럴 때 강경한 조치를 통하여 비행 청소년들이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죄와 용서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비행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곳이 바로 가정이다.
소년비행을 예방하기 위한 첫걸음은 가정과 가족관계의 회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번 어긋난 가족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한번 깨어진 관계가
회복되려면 더 많은 시 간과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가정이 회복되고 청소년들이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낄 때 재비행을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요즘은 부모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들을 포기하고 소 년원에 보내기를 원하기도 한다.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돈을 훔쳤다는 이유로 소년재판을 받게 된 영우의 새어머니는 영우가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고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이야기하고 포옹과 사랑한다는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우를 냉대하였다. 뿐만 아니라 영우를 소년원에 데려다 놓으라는 이야기를 했다. 부모에게
의탁하는 보호 관찰 처분 후, 다시 가출한 영우가 다시 재판을 받을 때에는 친아버지마저
자기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소년원으로 보내고 자 했다. 결말에 영우가 재 비행을 했는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가정에서 외면받은 영우는 재비행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영우의 이야기 다음에 소개되는 민경이의 이야기는 이와 반 대 되는 이야기이다.
민경이는 친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자신을 친딸로 키 운 이모의
진심 어린 이야기에 자신이 저지른 행동들을 반성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고 이야기한다.
판사님은 민경이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랑과 절대적인 믿음은 때로 사막을 숲으로
만들기도 하고 폐허 위에서도 생명을 자라게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이들을 향한 진실된
사랑과 믿음이 있을 때, 아이들은 더 이상 방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학교 폭력은
일반 폭력 범죄와는 다르게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이기 때문에 관 계성과 지속성이 있다.
일반 폭력은 대부분 일회적으로 끝나지만, 학교 폭력은 학교 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길게는 3년, 그리고 그 이상도 유지되기도 한다.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이 쉽게 사실을
학교나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그 이유는 일이 커질 것 같아서,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보복당할 것 같아서와 같은 이유들이 있다.
건호와 현진이의 이야기처럼, 가해 학생이 물론 잘못이 있지만, 피해 학생 또한 용기를 내어
자신이 당하고 있는 피해를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책에서는 가족들에게, 혹은 친구들에게
부담을 지울까 봐 말하지 못하는 피해 학생들이 많지만, 나중에라도 가족들이, 친구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혼자 고통받아왔음을 알게 된다면 더 아파할 것이고, 혹여나 그런 일로 사람을
잃게 된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피해 학생들이 외롭고
절망스러운 위기의 순간에 떠오르는 그 사람에게 달려가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기를
권유한다. 위에 얘기한 것 외에도 책 속의 모든 사건들이 참 많이 마음을 찡하게 했다.
특히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던 것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중학생에서 많아야 고등학생인데
여자아이들이 성(性)적으로도 많이 경험들이 있고, 성폭행이나 강간을 당하거나 심각한 경우에는
원조교제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사실이었다. 예전에 비행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임신의 경우, 남자들과 달리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흔적이 남고
상처가 남 는 것이 여자인데, 그런 아픔을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또다시 계단에서 구르거나
배를 때리는 식으로 강제 유산을 시킨 후 계속해서 채팅 어플을 이용해서 남자들을 만나
원조교제를 하는 식으로 생계를 꾸려갈 돈을 마련한다는 말을 하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무덤덤해 보여서 마음이 아팠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였다. 책에서도 언급했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배경 삼은 영화 ‘한공주’가 생각나는 이야기였다.
그 영화와 마찬가지로 경숙이의 이야기도 보는 내내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가해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피해자들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우기 힘든 상처를 갖게 되는 데다가 학교생활도 제대로 못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2년의 보호관찰과
1개월의 소년원 생활은 너무 약한 판결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아직도 그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을 때, 재판을 통해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자신의 잘 못을 뉘우친
모습을 보셨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가장 가해 학생들을 깊이 주시하고 계셨던 판사님의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소년재판의 취지는 ‘너 잘못했어,
벌 받아, 소년원 2년.’이라고 청소년들의 잘못을 꼬집어 이야기하고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통하여 건정하게 육성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내가 생각했던 장래희망 중 하나가 청소년 상담 선생님이었다.
청소년 시기를 보내면서 훗날 청소년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상담가가 되기를,
지금 나를 힘들게 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어른들과는 다른 친구 같은
선생님을 꿈꿨었다는 나의 모습은, 십 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그때 내가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던
어른들의 모습과, 생각을 많이 닮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판사님이 소년 재판정에 선
청소년들을 대하고, 그들을 생각하시는 마 음과, 가정에서 받아야 할 사랑이 충족되도록
받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품어주고 사랑해주고, 아이들의 부족한 사랑을 채워주시는
센터장님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모습을 참 많이 반 성했다. 이 책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교사의 자리로, 혹은 교사의 자리가 아니더라도 청소년들을 만나는 그 어떤 자리에, 특히 부모의
자리에 내가 나아가게 되었을 때에라도 아이들을 대 하는 올바른 방법을 알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대화의 중요한 포인트인 경청과 청청을 배워고,
가정의 중요성을 배웠으며, 위기의 순간에 옆에 있어줄 수 있는, 그리고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이 되어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배웠다. 이 책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바라기는,
책을 통해 내가 느낀 이것 들이 그냥 책을 읽은 후 잠깐 남는 여운이 아니라,
앞으로 나의 삶 속에서 만나게 될 청소년 들을, 나아가 모두를 대할 때의 마음가짐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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